생각이란 무엇인가

마르쿠스 가브리엘 (Markus Gabriel, 1980~) – 생각이란 무엇인가
– 열린책들 (전대호)

예전에 미메시스 미술관에서 발견한 책으로 강렬한 제목에 꽂혀서 기억하고 있다가 최근에 두 번째로 빌린 끝에 완독했다. 말 그대로 생각하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의식에 대한 이해와도 맞닿아있다. 중반까지의 내용과, 최근 몇 년간 읽은 의식/자아에 대한 책들을 비롯해 습득한 잡지식과 생각 파편들이 결합되어서 생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다만 중반부터 등장하는 세상 이야기나 다른 학자들의 최근 이야기는 재미가 없었고 프레게의 이론이나 실재에 대한 논의는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책을 반으로 쪼개서 앞 부분만 하나의 책이었으면 지금의 내게 완벽했을 것 같다.

생각/의식과 관련해 가지고 있던 사실/생각들의 리스트

  • 사람이 결정을 내릴 때 뇌에서의 전기적 신호는 사람의 응답에 선행해서 이미 발생해 있다.
  • ‘생각을 한다’라는 말보다는 ‘존재하는 생각을 잡아서 느낀다’라는 말이 더 그럴듯하다.
  • 신체부위(가슴 등) – 감정(분노, 흥분 등) – 자신 순서로 단어 개념이 발전했다. 수천 년 전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생각해서 요렇게 했다’ 라는 말을 구사할 수 없었다.
  • 개가 짖고 개미가 페로몬을 분비하는 것처럼, 말과 언어는 인간 종이 의사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 정신(의식)과 육체는 상호작용하며, 의식은 신체의 수많은 요소들을 컨트롤하는 제어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 예로부터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외부에서 온 무언가로, 신들이나 유일한 신이나 영화들에서처럼 외계 존재가 인간에게 준 무언가로 여겨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랜 문화사적 훈련의 결과로, 우리 자신의 사유 과정이 생명 없는 시스템들에게서도 일어나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미신이다.
    위에 적어둔 줄리언 제인스 <의식의 기원>과 언어에 대한 관점을 결합하면 생각도 언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실마리가 떠오르는듯 했다.
  • 개별 감각 양태들은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우리는 그 정보를 질로 체험한다. … 예컨대 비행기가 상승하면 승객들은 문득 자신이 위를 쳐다본다고 느낀다. …
    프레게의 생각 – 프레게에 따르면, 우리는 생각할 때 생각과 접촉한다. … 생각하기는 우리와 실재 사이의 인터페이스다.
    사람의 시각을 생각해보면, ‘본다’는 것은 신경 다발로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들 중 일부를 인식하는 것을 말하고, 물리적인 존재인 특정 파장의 빛에서 특정한 색깔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생각이란 뇌의 전기적 신호가 결정하는 개념이나 행동을 ‘느낀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 진짜 정지 문제는 … <생각을 생각하는 놈>으로서 우리 자신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우리는 결국 어김없이 역설에 빠진다. 생각하기가 생각하기 자신을 숙고할 경우 역설들을 완전히 피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다는 통찰에 사람들은 조만간 도달한다.
  • 우주는 논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계산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물질 혹은 에너지를 원리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컴퓨터의 계산을 통해 시뮬레이션할 수는 없다. … 우주 안의 모든 가능한 일들을 시뮬레이션하는 모든 가능한 프로그램들의 작동 결과가 나타나는 스크린 하나가 우리 앞에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예전에 기상 예측에 대한 글을 읽고 미래 예측 시스템을 상상했던 것과 똑같은 내용이 있었다.
  • 하이데거가 내리느 결론은, 이른바 미심쩍은 것이 우리에게 먼저 주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도무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우리는 그냥 무언가에 대해서 숙고하지 않는다. … 이 견해는 생각하기란 감각적인 활동이라는 견해와 맥이 통한다. 생각하기를 위해서는 무언가가 생각하기의 계기로서 먼저 주어져야 하기 때문에, 생각하기는 우리가 결코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감각적 활동이라는 견해와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얻은 내용의 총 요약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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